참고 사는 것이 답이 아니라는 생각이 많아지면서 황혼이혼을 선택한다. 함께 있어 고통받는 것보다, 각자 행복하게 사는 것이 더 낫다고 판단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2022년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혼인 건수는 19만 1000건으로 나왔다. 이혼건수는 9만 3000건으로 나왔다는 사실을 볼 때 년간 이혼 건수가 10만 건이나 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젊은 남녀가 처음 교제하면서 사랑에 빠질 때는 이혼이라는 단어는 상상을 하지 않겠지만 상대에 대한 실망감이 들어 반대의 상황이 될 때는 이혼으로 가게 되는 것을 볼 수 있다.
결혼 생활이 오래되었다고 해서 모두가 안정적이지는 않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또한, 예전처럼 이혼이 흠이 되는 시대가 아니기에 새로운 시작을 하려는 움직임이 적지 않다. "남편은 은퇴하면 집에서 편하게 쉴 수 있다고 좋아하는데,... 남편은 은퇴가 있지만 주부는 은퇴가 없잖아요? 손하나 까딱 안 하는 남편인데, 앞으로도 저는 계속 집안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앞이 아득하네요"
누군가에게는 은퇴가 해방이지만, 누군가에게는 그저 하나의 한숨이 될 뿐이다. 실제로 혼인 기간이 20년 이상인 노년부부의 황혼이혼은 매년 늘어가고 있다. 30년 이상 결혼한 부부의 이혼이 전체 이혼의 약 17%에 육박한다. 그리고 이러한 사례가 늘어나고, 참고 사는 것이 답이 아니라는 생각이 만연해지면서 황혼이혼을 오히려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측면도 적지 않다. 같이 살면서 매일 싸우고 힘들어하며 버티는 것보다는 각자 행복하게 사는 것이 낫다며, 자식들이 나서서 부모의 이혼을 상담받기도 한다.
이런 현상은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비슷한 추세를 보이고 있다. 그리고 황혼이혼을 원하는 것은 주로 여성 측인 경우가 많다. 남편들은 전업주부인 아내가 이혼을 요구할 것이라 생각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지만, 한 번 결정한 아내들은 오랜 세월 고민한 만큼 결정을 바꾸려 하지 않는다. 이제는 함께 있어 고통받는 것보다, 각자 행복하게 사는 것이 더 낫다고 판단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힘으로 부부관계 가정생활을 이어갈 수 없다. 아내가 바보가 아닌 이상 평생을 그렇게 살려고 하지 않는다. 자신이 벌어다 준 돈으로 아내가 먹고살았다고 해서 남편 자신에게 무척 고마워해야 하고, 남편 자신이 열심히 일해서 재산을 늘렸다고 해서 아내와 자식들이 남편 자신을 존경하며 절대로 떠나지 않을 것이라고 착각하면 안 된다. 아내가 남편의 등에 얹혀서 행복에 취해 살아온 게 절대 아니다. 그렇게 살아온 아내들이 있었기에 지금 남편들이 그렇게 살아올 수 있었던 거다.
세상이 변했다. 세상이 변했다면 그 변한 세상에 사는 사람도 변화 적응해야 살 수 있다. 더 이상 이혼은 사회문제가 아닌 그저 하나의 사회현상이다. 그래서 여자라 해서 막연하게 이혼을 두려워하지는 않는다. 현실적으로 황혼이혼을 하게 되면, 아내의 생활은 정말 편해져서 생활의 질이 높아진다. 그러나 남편의 생활의 질은 엄청나게 떨어진다. 연로하신 부모님이 해주시는 밥을 먹거나 가족 일부가 끓다 준 국반찬거리를 데워 먹어야 할 거다. 주머니 돈으로 해장국 사 먹으러 다닐 수 밖에 없다.
남성들보다 여성들의 황혼 이혼후 삶의 만족도도 매우 높다는 것 또한 이미 만연한 사실이다. 일본의 한 조사에 따르면 황혼 이혼 후 여성들의 정신 건강은 좋아지는 반면, 남성들은 이혼 과정에서 겪은 악화된 정신 상태를 잘 회복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이혼을 하고나면 여성들이 경제적으로 힘든 경우가 많아 불행할 것이라 생각하지만 이는 전혀 아니다. 경제적인 측면은 재산분할 및 재취업으로 이겨내고 오히려 정서적으로 전보다 안정되기에 행복하다고 느끼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힘든 과정 끝에 황혼 이혼을 하기로 마음먹었다면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 가장 큰 문제는 바로 경제적인 요건이다. 대부분 4~50대가 많은 만큼 남은 여생을 편안히 살아가기 위해서는 경제적인 측면이 아무래도 중요하기에 재산분할을 가장 중점적으로 준비하는 것이 좋다.
재산분할은 공동 재산을 증식하고 관리하는 데에 얼마나 노력했는지를 평가하는 '기여도'로 산정되는데 전업주부도 예외는 아니다. 간혹 직접적으로 노동을 하지 않았기에 전업주부에게는 재산분할을 해주지 않아도 된다고 착각하는 경우가 있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법원에서는 가사노동도 가정에 경제적인 기여를 하였다고 인정하고 있으며 보통 결혼 기간이 10년 이상인 경우 50%까지도 인정받을 수 있다.
배우자가 폭력을 사용한다거나 잦은 외도로 현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매우 힘이 들고 개선의 여지가 없다면 적극적으로 이혼에 나서야 한다. 하지만, 개선의 여지가 있다면 서로를 배려하고 다시 한번 노력하려는 태도를 가지는 것도 좋다. 만약, 개선의 의지가 보이지 않아 이혼을 결심하였을 때에는 다가오는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전문가와 상담을 해야 한다. 황혼 이혼은 대부분 자녀들이 성인인 경우가 많아 양육권 다툼이 없어 쉬울 거라 생각할 수 있지만, 서류 준비 및 기여도 입증 등 전문적인 지식을 요구하는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부부의 삶이라는 것은 각자의 다른 환경에서 성장하여 남녀 두 사람이 만나 하나의 그림을 완성시키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그림을 완성시키기 위해 의논하고, 연구하여 도화지 위에 그림을 그리게 될 때 아름다운 그림을 완성할 수 있겠지만 그렇게 하지 않고, 자기주장과 서로를 탓하고, 싸우게 될 때 좋은 그림이 나오지 않는 것과 같다. 검은 머리 파뿌리가 되도록 부부 해로하는 동행을 원하는가? 인생의 축을 같이 세워가야 한다.